시골 의사가 호구를 그만두었다

GoodNovel Completed

어머니는 평생 작은 병원을 운영하셨다. 감기약을 한 번 처방해 주고도 단돈 1,000원밖에 받지 않으셨다. 병원을 물려받은 뒤에도 나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지키며 동네 사람들을 정성껏 치료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인플루언서에게 약값 6,000원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악덕 병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돈에 눈이 멀어서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사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병원 앞을 막아섰고, 그동안 부당하게 받은 돈을 전부 돌려 달라고 몰아붙였다.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했다. 그동안 받은 진료비를 모두 돌려준 뒤, 내 손으로 병원 문을 닫았다. “원하신 대로 병원은 문을 닫겠습니다. 앞으로 머리가 아프거나 열이 나면 시내 종합병원에 직접 가서 접수하세요. 다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마을 사람들이 또다시 내 집 앞을 막아섰다. 다만 이번에는 병원 문을 다시 열어 달라고 애원하기 위해서였다.

Chapters (1)

第1章

어머니는 평생 작은 병원을 운영하셨다. 감기약을 한 번 처방해 주고도 단돈 1,000원밖에 받지 않으셨다. 병원을 물려받은 뒤에도 나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지키며 동네 사람들을 정성껏 치료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인플루언서에게 약값 6,000원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악덕 병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돈에 눈이 멀어서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사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병원 앞을 막아섰고, 그동안 부당하게 받은 돈을 전부 돌려 달라고 몰아붙였다.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했다. 그동안 받은 진료비를 모두 돌려준 뒤, 내 손으로 병원 문을 닫았다. “원하신 대로 병원은 문을 닫겠습니다. 앞으로 머리가 아프거나 열이 나면 시내 종합병원에 직접 가서 접수하세요. 다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마을 사람들이 또다시 내 집 앞을 막아섰다. 다만 이번에는 병원 문을 다시 열어 달라고 애원하기 위해서였다. 제1화 “6,000원이라고요? 이거 완전 사기잖아요!” 목소리를 높인 젊은 여자는 얼마 전 마을로 돌아온 인플루언서 정유아였다. 가벼운 배탈로 설사를 조금 하는 정도라서 최대한 순한 위장약만 처방해 줬을 뿐이었다. “약값만 5,000원이에요. 진료비는 1,000원만 받은 거라 비싼 편이 아닙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정유아가 핸드폰 화면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방금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똑같은 약이 5,000원이잖아요. 배송비도 무료고요!” 그러더니 따지듯 말을 이었다. “진료비를 1,000원밖에 안 받았다고요? 이런 동네 병원은 나라에서 약값 지원도 해 주잖아요. 그 돈까지 혼자 챙기는 거 아니에요?” 지원금이라니. 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 지원을 받으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지원 금액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줄곧 아는 제약업체를 통해서 직접 약을 공급받아 왔다. 약효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제품을 쓰기 위해서였다. 명문 의대를 졸업했을 당시만 해도 여러 병원에서 나를 데려가려고 했다. 그때 마을 이장이 직접 찾아왔다. 마을이 시내와 너무 멀어서 노인들과 아이들이 병원에 다니기 힘들다며, 고향으로 돌아와 줄 수 없겠냐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 마을 사람들이 어머니와 나를 도와줬던 일을 떠올린 나는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마을에서 환자를 진료한 지도 벌써 5년이었다. 이렇게 막무가내인 환자가 처음도 아니었다. 나는 곧바로 벽에 붙어 있는 진료비와 약값 안내표를 가리켰다. “약값은 전부 공개되어 있고 저도 돈을 주고 약을 들여옵니다. 정유아 씨한테 더 받은 돈은 한 푼도 없어요.” “어머, 제법 그럴듯하게 해 놨네요.” 정유아가 팔짱을 끼고 비웃었다. “그래 봤자 이런 식으로 돈 뜯어내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동네 사람들한테나 통하죠.” 정유아는 눈을 흘기더니 병원 안팎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이것 좀 보세요! 이 사람 진료비를 제멋대로 받아요!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먹고 있다고요!” 순식간에 주변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사람들의 눈에는 의심과 경계의 기색이 묻어 있었다. 그때 이웃집 별이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볼을 잔뜩 부풀린 채 정유아를 노려보며 말했다. “유아 언니, 거짓말하지 마세요! 강 선생님은 좋은 분이에요!” “내가 지난번에 열이 났을 때도 강 선생님이 치료해 주고 사탕도 줬어요. 엄청 친절하셨단 말이에요!” 그 모습을 보자 나는 별이를 향해 살짝 웃어 보였다. 그런데 정유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정유아는 핸드폰으로 내가 처방한 약을 검색하더니 화면을 별이 눈앞에 들이밀었다. “잘 봐. 인터넷에서는 5,000원인데 여기서는 6,000원을 받았잖아. 무려 1,000원이나 더 받은 거라고!” “꼬맹이가 사탕 하나 받았다고 홀랑 넘어갔네. 그렇게 순진해서 커서 세상을 어떻게 살려고 그래?” “언니!” 별이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 내 표정도 차갑게 굳었다. “말조심하세요.” 나는 정유아의 핸드폰 화면을 가리켰다. “잘 보세요. 서로 다른 제약회사 제품입니다.” “제가 처방한 약은 정제 공정부터 달라요. 부작용도 적은 제품이라 원가 자체가 더 비쌉니다.” 그러자 정유아는 마치 꼬투리라도 잡았다는 듯 더욱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그런 말은 인터넷의 전문가들이 진작에 다 틀렸다고 했거든요!” 제2화 “성분이 똑같은데 약효가 달라 봐야 얼마나 다르겠어요? 결국 돈 더 벌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정유아는 숏폼 영상 하나를 틀었다. 영상 속에서는 ‘전문가’라는 사람이 비싼 약은 돈 낭비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들에게 의심받는 건 정말이지 불쾌했다. 하지만 정유아와는 더 이야기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도 알았다. 뒤에는 아직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았다. 더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다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인터넷에서 직접 사세요.” “정유아 씨는 더 이상 진료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병원에 오지 마세요.” 나는 약을 돌려받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정유아는 약 상자를 꽉 쥔 채 내놓지 않았다. “왜요? 찔리는 게 있으니까 증거를 없애려고요? 싫은데요? 이건 증거로 가지고 있을 거예요!” 정말 막무가내였다.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뒤에서 기다리던 환자 한 명이 고개를 내밀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강 선생님, 이제 제 차례죠? 아직도 머리가 아파서요.” 나는 더 이상 정유아와 실랑이하지 않고 병원 밖으로 내보냈다. “나가세요!” 결국 정유아는 돈 한 푼 내지 않은 채 약까지 들고 가 버렸다. 나는 이 일도 그렇게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 날. 병원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병원 앞은 사람들로 빼곡했다. 마을 사람들이 거의 다 나온 듯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예전과 달랐다. 늘 보이던 친근함과 믿음은 사라지고 분노와 경멸만 가득했다. “돈 돌려줘!” 누군가 먼저 외치자, 사람들이 순식간에 들끓기 시작했다. “강지훈! 우리한테 더 받아 간 돈 전부 돌려줘!” “우리가 그렇게 믿었는데 뒤로는 우리 돈을 뜯어먹고 있었어?” 나는 눈앞에 몰려든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무슨 돈을 돌려 달라는 거예요?” 그때 마을 이장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앞으로 나왔다.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강 선생, 어떻게 동네 사람들 돈을 그렇게 받아 챙길 수가 있어?” 이장이 핸드폰 하나를 내 눈앞에 내밀었다. 화면에는 자극적인 제목의 게시물이 떠 있었다. [악덕 동네 병원의 실체 폭로! 흰 가운을 입은 흡혈귀, 단돈 1,000원을 벌려고 마을 사람들한테 사기 치다!] 글을 올린 사람은 바로 정유아였다. 영상은 악의적으로 편집되어 있었다. 내가 6,000원을 받은 장면과 마지막에 정유아를 밖으로 내보내는 장면만 남아 있었다. 거기에 달린 글 역시 나를 돈밖에 모르는 나쁜 의사로 몰아가고 있었다. 댓글창도 난리가 나 있었다. [저런 의사는 면허부터 취소해야지. 감옥에 처넣어야 해.] [진짜 역겹다. 순진한 동네 사람들만 골라서 등쳐먹네.] [이런 건 인플루언서가 제대로 폭로해 줘야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만큼 화가 치솟았다. “전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한 거예요! 제가 여기서 병원을 운영한 게 몇 년인데, 언제 여러분한테 돈을 더 받은 적이 있습니까?” “진료비도, 약도 거의 원가로만 받았습니다. 진료비도 얼마 받지 않았고요. 형편이 어려운 분들한테는 제 돈을 보태 준 적도 있어요!” 그때 정유아가 사람들 뒤쪽에서 걸어 나왔다. 손에는 셀카봉을 든 채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다. “여러분, 보이시죠? 이게 바로 악덕 의사의 본모습이에요. 아직도 끝까지 변명을 하잖아요!” “정말 본인 말대로 손해만 봐 가면서 진료했다면, 왜 이렇게 오랫동안 병원을 운영했겠어요?” “바보도 아니고, 당연히 남는 게 있으니까 하는 거죠. 돈도 벌고 사람들한테 고맙다는 말까지 들으니 얼마나 좋아요?” “동네 사람들이 그렇게 믿어 줬는데, 뒤에서는 사람들을 가지고 놀았네요. 정말 위선적이에요!” 제3화 정유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평소 내 병원에서 무료로 물리치료를 받던 미숙 할머니까지 앞으로 나섰다. “내가 지난번에 허리가 아파서 왔을 때 보름이나 치료받았잖아. 일부러 약한 약을 써 가면서 오래 끈 거 아니야? 돈 더 받으려고?”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상태에 맞춰 치료했을 뿐이었다. 그때만 해도 내 손을 꼭 잡고 몇 번이나 고맙다고 했던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이정재가 아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왔다. “우리 애 다리 부러졌을 때도 네가 치료했잖아. 그때도 돈 더 받아먹은 거지?” “당장 돈 돌려줘! 안 그러면 이 병원 다 때려 부술 거야!” 그날 일은 아직도 생생했다. 한밤중에 아이가 다쳤다는 연락을 받고, 자다가 뛰쳐나와서 날이 밝을 때까지 치료했다. 그렇게 하고도 재료비 6만 원밖에 받지 않았다. 내가 가까스로 손을 살려줬던 이철수도 있었다. 정유아의 라이브 방송 카메라 앞에 바짝 붙어서는 웃으며 나를 손가락질했다. “여러분, 이 사람이 바로 저한테 불법 수술을 한 의사예요! 아직도 상처가 아파요. 실력이 없어서 후유증까지 남은 거 아니겠어요?” 공장 기계에 손이 심하게 말려 들어갔던 날, 손을 살리려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급히 상처를 씻어 내고 봉합까지 했다. 그때는 사람 하나 살렸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 일이 내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증거처럼 둔갑해 있었다. “어떻게 다들 이럴 수가 있어요!” 어머니가 병원 안에서 뛰어나와 내 앞을 막아섰다. 화가 난 탓에 어머니의 작은 몸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내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제일 잘 알아요!” “당신들 때문에 큰 병원 자리까지 포기하고 여기로 돌아온 애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이미 사람들은 정유아의 말에 완전히 휩쓸려 있었다. 그때 마을 입구에 차량 한 대가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관계 기관 직원 몇 명이 곧장 병원으로 들어왔다.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무면허 의료 행위와 부당한 약값 청구 의혹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병원 운영을 중단하시고 조사에 협조해 주십시오.” 라이브 방송 댓글창은 곧바로 뒤집어졌다. [조사까지 나왔네. 이 정도면 끝난 거 아냐?] [제대로 걸렸네. 꼭 처벌받아야지.]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몇 번 숨을 고른 뒤 서랍을 열었다. 지난 5년 동안 모아 둔 약품 거래 명세서와 진료비 장부를 전부 꺼내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증거가 필요하다면서요. 여기 있습니다. 그동안 약을 얼마에 들여왔고 진료비를 얼마씩 받았는지 전부 기록돼 있습니다. 직접 확인하세요.” “저는 여러분한테 한 푼도 더 받은 적 없습니다. 오히려 어머니가 노후 자금으로 모아 둔 돈을 600만 원 넘게 이 병원에 썼습니다.” 탁자 위에 쌓인 서류를 본 사람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정유아가 곧바로 끼어들었다. “저 장부를 본인 마음대로 쓴 건지 누가 알아요? 거래 명세서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잖아요. 실제로 얼마에 약을 들여왔는지 결국 본인 말밖에 없잖아요?” 더는 참기 힘들었다. “정 못 믿겠으면 직접 알아보세요. 시내 종합병원에 가서 여기보다 싸게 진료해 주는 곳이 있는지 물어보시든가요.” 나는 탁자 위 서류를 가리켰다. “거래 명세서마다 제약회사 직인이 찍혀 있습니다. 조작인지 아닌지는 확인해 보면 바로 나옵니다.” 이 정도 증거를 보여 줬으니 적어도 더는 억지를 부리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정유아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더니 전혀 다른 말을 꺼냈다. “그래요. 다른 병원보다 조금 싸게 받았다고 쳐요.” “그럼 그걸 핑계 삼아서 마을 여자 환자들한테 성희롱을 해도 되는 건가요?” 제4화 정유아의 말에 주변이 잠시 조용해졌다. 곧 정유아가 사람들 사이에 있던 김수진을 앞으로 끌어냈다. 김수진은 내 쪽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번에 제가 허리를 다쳐서 치료받았을 때... 마사지한다면서 자꾸 몸을 만졌어요...” 잠잠했던 사람들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마을 이장도 기다렸다는 듯 나섰다. “그리고 저 서류에 적힌 금액이 진짜라는 보장은 있어? 듣기로는 진작부터 제약회사 직원이랑 짜고 약값을 부풀려서 뒷돈을 챙겼다던데.” 그 말이 끝나자, 곧바로 처음 보는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자신을 제약회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곧바로 말을 보탰다. “제가 증언할 수 있습니다. 저 서류에 적힌 금액은 전부 가짜예요. 저 사람, 저희 회사 사장이랑 짜고 계속 돈을 빼돌렸습니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사팀 담당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로 확인되면 사기 혐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사안입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사람을 치료하고 살려 온 게 죄라도 된다는 건가? 나는 병원 구석에 설치된 CCTV를 가리켰다. “제가 성희롱을 했는지는 CCTV를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분은 저는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 제가 거래하는 제약회사와도 아무 관계가 없어요. 제 통화 내역과 송금 기록까지 전부 확인하셔도 됩니다.” 조사팀은 곧바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그러자 정유아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제일 큰 문제는 불법 진료라고요!” 정유아가 이철수를 가리켰다. “이철수 씨 손도 저 사람이 멋대로 수술해서 이렇게 된 거잖아요!” 이철수는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팔을 감싸 쥐고 통증을 호소했다. “맞아요! 시설도 제대로 안 된 데서 저한테 불법 수술을 했어요! 지금도 상처가 매일 아파요. 분명 그때 잘못 건드려서 후유증이 남은 겁니다.” 조사팀 담당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면허 의료 행위와 신체 손상 사실까지 확인될 경우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내가 뭐라도 설명하려던 순간이었다. 정유아가 갑자기 어머니 앞으로 다가갔다. “엄마가 저 모양이니 아들도 뻔하죠. 제대로 된 집안이면 이런 아들이 나왔겠어요?” 이미 화가 잔뜩 나 있던 어머니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휘청거렸다. “어머니!” 나는 급히 달려가 쓰러지는 어머니를 받아 안았다. 한참을 불러도 반응이 없다가 겨우 눈을 떴지만 숨소리가 너무 약했다. 당장 병원으로 가야 했다. 어머니를 업고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려는데, 정유아와 마을 사람들이 앞을 막아섰다. 정유아는 핸드폰을 든 채 비웃듯 말했다. “아픈 척하면서 도망가려고요? 그렇게는 안 되죠. 우리한테 뜯어간 돈부터 돌려주고 가요!” “맞아! 돈부터 돌려줘!” “돈 안 주면 못 가!” 어머니의 상태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돈 이야기에만 매달린 사람들을 보자 내 마음속에서 뭔가가 완전히 끊어졌다. 그동안 내가 믿고 지켜 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의미를 잃었다. 나는 어머니를 조심스럽게 의자에 눕힌 뒤, 안으로 들어가서 나무 상자 하나를 끌고 나왔다. 뚜껑을 열자 그동안 마을 사람들에게 진료비로 받아 모아 둔 현금이 가득 들어 있었다. 원래는 어머니 노후 자금으로 남겨 두려던 돈이었다. 나는 그중 한 움큼을 집어 사람들 쪽으로 던졌다. “돈이 그렇게 필요하신 거죠?” 다시 한 움큼을 집었다. “좋습니다.” 이번에는 더 크게 뿌렸다. “그동안 받은 돈, 전부 돌려드릴게요.” 지폐가 바닥 위로 흩어졌다. 조금 전까지 나를 몰아세우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앞다퉈 돈을 줍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뒤로한 채 병원 간판 앞으로 갔다. 아버지가 직접 글씨를 써 주고 어머니가 평생 지켜 온 간판이었다. 의자 위에 올라가 간판을 떼어 낸 뒤 그대로 바닥에 내리쳤다. 쨍그랑- 간판이 산산이 부서졌다. 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느라 정신없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이 병원은 오늘부로 문을 닫겠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이 마을도 떠날 겁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아프든 말든 저 강지훈과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