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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음 창고에 갇혔다
그저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을 뿐인데, 그 일로 남편의 소꿉친구가 감기에 걸렸다. 분노한 남편은 사람을 시켜서 임신한 나를 그대로 얼음 창고에 가둬 버렸다. “네가 내 아이를 가졌다고 해서 아연이한테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마.” “아연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면, 네가 백 배로 갚게 만들 거야!” 추위에 온몸을 떨던 나는 울면서 남편에게 머리를 조아려 잘못을 빌었다. 앞으로는 반드시 손아연을 잘 보살피며 속죄하겠다고, 다시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하지만 남편은 차가운 얼굴로 사람들에게 얼음 창고의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이 정도로 혹독한 벌을 줘야 내가 뼈저리게 잘못을 깨달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갔다. 남편의 소꿉친구 손아연의 감기가 다 낫고 나서야, 비로소 얼음 창고에 가둬 둔 나를 떠올렸다. “여희진, 이제 정말 잘못을 뉘우쳤어? 당장 아연이한테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겠다고 약속하면 널 풀어줄게.” 하지만 남편은 몰랐다. 얼음 창고에 갇힌 나는 이미 온몸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는 것을. 남편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던 아이 역시 이미 숨이 끊어져서, 생명의 기운도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Chapters (1)
第1章
그저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을 뿐인데, 그 일로 남편의 소꿉친구가 감기에 걸렸다.
분노한 남편은 사람을 시켜서 임신한 나를 그대로 얼음 창고에 가둬 버렸다.
“네가 내 아이를 가졌다고 해서 아연이한테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마.”
“아연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면, 네가 백 배로 갚게 만들 거야!”
추위에 온몸을 떨던 나는 울면서 남편에게 머리를 조아려 잘못을 빌었다.
앞으로는 반드시 손아연을 잘 보살피며 속죄하겠다고, 다시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하지만 남편은 차가운 얼굴로 사람들에게 얼음 창고의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이 정도로 혹독한 벌을 줘야 내가 뼈저리게 잘못을 깨달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갔다.
남편의 소꿉친구 손아연의 감기가 다 낫고 나서야, 비로소 얼음 창고에 가둬 둔 나를 떠올렸다.
“여희진, 이제 정말 잘못을 뉘우쳤어? 당장 아연이한테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겠다고 약속하면 널 풀어줄게.”
하지만 남편은 몰랐다.
얼음 창고에 갇힌 나는 이미 온몸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는 것을.
남편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던 아이 역시 이미 숨이 끊어져서, 생명의 기운도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제1화
“여희진은 대체 무슨 속셈인 거야? 아연이가 몸이 약한 걸 뻔히 알면서 창문을 열어 감기까지 걸리게 만들다니, 분명 아연이를 해치려고 작정한 거야!”
육승훈은 체온계를 값비싼 캐시미어 카펫 위에 내던졌다.
체온계가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육승훈의 눈에 서린 살기가 거실 전체를 짓눌렀다.
곁에 있던 가사도우미들은 겁에 질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벽 쪽에 웅크리고 있었다.
집사 강철수가 용기를 내 한 걸음 나서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사모님은 그저 방이 답답해서 창문을 열어 환기하신 것뿐입니다.”
“그날 바람도 그렇게 세지 않았고, 아연 씨가 밤에 이불을 제대로 안 덮으셔서 그랬을 수도...”
“닥쳐!”
육승훈이 강철수의 말을 매섭게 끊었다.
육승훈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너도 그 여자를 편드는 거야? 아연이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서 바람을 쐬면 안 되는데, 여희진이 시집온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모를 리가 없어!”
“그 여자는 내 마음속에서 아연이가 차지한 자리를 질투해서 일부러 이런 짓을 벌인 거라고!”
육승훈이 말하는 ‘아연이’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 손아연이었다.
육승훈의 마음속에서 손아연은 다정하고 선량하며, 나약해서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존재였다.
평생 육승훈이 지켜줘야 할 보석 같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저 가문 간의 정략결혼으로 육승훈에게 억지로 떠맡겨진 아내일 뿐, 그저 사모님이라는 이름만 차지한 불필요한 여자였다.
“그 여자를 데려와!”
육승훈의 목소리에는 한 점 온기도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경호원 두 명에게 끌려와서 거실로 들어왔다.
임신 5개월이라 배도 제법 불러 있었다.
헐렁한 임부복으로도 볼록하게 나온 배를 감출 수는 없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해명했다.
“승훈아,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정말 그냥 방이 답답해서 창문을 좀 열었을 뿐이야. 아연이가 감기에 걸릴 줄은 몰랐어...”
“몰랐다고?”
육승훈이 비웃으며 한 걸음씩 다가왔다.
육승훈은 내려다보며 눈에 가득 찬 혐오감을 숨기지 않았다.
“네가 내 아이를 가졌다고 해서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내 눈에는 너는 아연이의 머리카락 한 올만도 못해.”
“아연이가 지금 침대에 누워서 저렇게 고생하고 있으니, 너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해!”
나는 겁에 질려 온몸이 떨렸다.
무의식 중에 배를 감싸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잘못했어. 다시는 창문 안 열게. 앞으로는 내가 아연이 잘 돌볼게. 제발 아이를 봐서라도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줘...”
“용서해 달라고?”
육승훈은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소리를 들은 듯했다.
“아연이가 당한 고통을 너는 백 배로 갚아야 해. 이 여자를 뒷산 얼음 창고에 묶어둬. 아연이가 나을 때까지 절대 꺼내지 마!”
“안 돼!
나는 공포에 질려서 비명을 질렀다.
얼음 창고는 1년 내내 영하 10도대의 추위가 이어지는 곳이었다.
임신한 몸으로 그런 추위를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
“얼음 창고는 너무 추워. 나 얼어 죽을 거야. 아이도 잃게 될 거야! 제발, 다른 벌을 줘. 뭐든지 할게!”
하지만 육승훈은 내 애원을 듣지 않고 경호원에게 명령을 내렸다.
“당장 실행해. 감싸는 놈이 있으면 같이 처리해!”
경호원들은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나를 끌고 뒷산의 얼음 창고로 향했다.
나는 육승훈의 차가운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결혼한 지 1년, 내가 진심으로 대하면 언젠가는 육승훈의 마음도 녹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야 알았다.
육승훈의 마음속에서 나와 아이는 손아연의 발톱의 때만도 못하다는 것을.
제2화
차가운 쇠사슬이 내 손목과 발목을 옭아맸다.
나는 얼음 창고 한가운데 있는 돌기둥에 묶여 있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가 발바닥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지면서, 얇은 임부복을 뚫고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얼음 창고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얼음이 녹아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이가 부딪히는 소리만이 고요한 공간을 채웠다.
나는 몸을 웅크린 채 배를 꼭 감싼 채, 내 체온으로 뱃속의 아이를 따뜻하게 해주려고 애썼다.
“아가,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너를 이렇게 고생하게 만들다니.”
나는 목이 메어 울었다.
눈물이 차가운 바닥에 떨어지자 순식간에 작은 얼음 구슬로 얼어붙었다.
“너는 꼭 버텨야 해. 엄마가 지켜줄게. 우리 꼭 여기서 나갈 수 있어...”
하지만 추위는 탐욕스러운 야수처럼 내 남은 체온을 조금씩 집어삼켰다.
손발이 저리기 시작하더니 의식도 점점 흐려졌다.
그 순간, 육승훈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육승훈은 비록 내게 차갑기는 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잔인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결혼은 정략결혼이었다.
육씨 가문은 여씨 가문의 지원이 필요했고, 나는 어릴 적부터 육승훈을 짝사랑했다.
육승훈과 결혼하면 행복이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악몽의 시작이었다.
손아연의 존재는 우리 사이에 박힌 가시와도 같았다.
손아연은 늘 육승훈 앞에서 은근히 약한 척하면서 내가 자신을 괴롭힌다고 했다.
그러면 육승훈은 매번 내게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무조건 나를 비난했다.
지난번에는 손아연이 육승훈의 어머니가 남긴 골동품 화병을 깨뜨리고는 울면서 내가 밀어서 그랬다고 했다.
육승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뺨을 때린 뒤, 이틀 동안 방에 가두고 굶겼다.
이번에는 그저 창문을 열어 환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나와 아이를 죽이려고 하다니.
얼마나 지났을까, 얼음 창고 문이 살짝 열리며 희미한 빛이 들어왔다.
나는 육승훈이 마음을 돌린 줄 알고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두꺼운 패딩을 입은 손아연이 나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득의양양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언니, 어떻게 이렇게 됐어?”
손아연이 놀란 척하며 말했다.
“승훈 오빠도 나를 너무 걱정한 나머지 순간적으로 언니에게 벌을 준 거야. 그러니까 절대 오빠를 원망하지 마.”
손아연의 가식적인 모습을 보자, 나는 이유를 모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남아 있던 힘을 모두 끌어모아서 소리쳤다.
“네가 일부러 그런 거잖아! 너, 감기 그렇게 심하지도 않았어. 그냥 승훈이가 나를 벌주게 만들려고 일부러 그런 거잖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손아연이 억울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
“나는 그냥 언니가 걱정돼서 한 번 보러 온 것뿐인데, 언니는 나를 이렇게 모함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왔을 거야.”
손아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섰다.
그러다 문을 나서기 직전,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얼음 창고 안이 이렇게 추운데, 언니 몸조심해야 해. 승훈 오빠가 걱정하지 않게.”
문이 다시 닫히고 얼음 창고는 다시 죽은 듯 고요해졌다.
나는 손아연이 일부러 나를 자극하려고 찾아온 것임을 알았다.
손아연은 그저 내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추위가 점점 심해지고 배가 은근히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이것이 뱃속의 아이가 보내는 구조 신호라는 것을 직감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면서 쇠사슬을 풀려고 했지만, 쇠사슬은 너무 튼튼해서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육승훈, 나 좀 살려줘... 우리 아이를 살려줘...”
나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소리쳤다.
갈라진 목소리만 텅 빈 얼음 창고에 메아리칠 뿐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제3화
육승훈은 손아연의 침대 곁에 앉아서 조심스럽게 이불을 여며주었다.
손아연은 육승훈의 품에 기대어 창백한 얼굴로 애처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승훈 오빠, 나 이제 많이 괜찮아졌어. 그러니까 더 이상 화내지 마.”
손아연이 부드럽게 말했다.
“희진 언니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 풀어줘.”
“얼음 창고 안이 그렇게 춥다는데, 언니는 아직 아이도 가지고 있잖아.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안 되잖아.”
“풀어주라고?”
육승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 여자가 너를 이렇게 고생시켰는데 어떻게 쉽게 풀어줘? 제대로 반성해야 다음에 감히 너를 괴롭히지 않지.”
손아연의 눈에 기쁨이 스쳤지만, 여전히 걱정스러운 척했다.
“하지만 난 정말 괜찮아. 그리고 희진 언니가 임신한 건 오빠 아이잖아. 혹시 아이에게 무슨 일 생기면 나중에 후회할 거야.”
“후회?”
육승훈이 비웃었다.
“내가 아이를 원하면 얼마든지 낳아줄 여자는 있어. 너만 괜찮다면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손아연은 속으로는 기뻐 죽겠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사양하는 척했다.
“승훈 오빠,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아이는 아무 잘못도 없잖아.”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완전히 나으면 희진 언니를 풀어주고,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해. 그러면 이 일은 없던 걸로 할게.”
육승훈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네 말대로 하지. 네가 다 나으면 데려와서 사과하게 할게.”
육승훈은 이때까지도 얼음 창고 안의 내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배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면서 마치 수많은 칼이 오장육부를 휘젓는 듯했다.
몸이 점점 차가워지고 의식도 점점 흐려졌다.
문득 부모님이 떠올랐다.
그분들이 지금 내 처지를 알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실까?
처음에 내가 육승훈과 결혼하겠다고 고집했을 때, 부모님은 처음엔 반대하셨지만 결국 내 선택을 존중해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육승훈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아가, 미안해. 엄마가 너를 지켜주지 못했어.”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마음속 깊은 절망에 잠겼다.
“다음 생이 있다면 엄마는 절대 이렇게 어리석지 않을게. 꼭 우리를 사랑해 주고 아껴주는 사람을 찾아갈게.”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몸 아래에서 따뜻한 게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양수가 터진 것이었다.
절망이 파도처럼 나를 삼켰다.
이런 추운 환경에서는 아이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서 뱃속의 작은 생명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몸의 한기와 극심한 통증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이의 생명 기운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꼈고, 나 역시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어둠속에 빠지기 직전, 육승훈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육승훈의 눈에 서린 냉담함은 날카로운 칼처럼 내 심장을 찔렀다.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육승훈, 난 당신을 미워해. 죽어도 용서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