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빠진 행복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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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실수로 나를 행복한 우리 가족이라는 단체 채팅방에 초대했다. 방에는 엄마, 아빠, 그리고 우리 보물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낯선 남자애까지 세 사람만 있었다. 셋은 신이 나서 그 애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작 내일은 두 분이 10 년째 잊고 지낸 내 생일인데. 엄마가 채팅방에 글을 남겼다. [장소는 동화 속처럼 꾸며 주세요. 진짜 왕자님이 된 기분을 느끼게요.] 아빠는 거액을 송금했다. [돈은 걱정하지 마. 형한테는 알리지 말고. 알면 심란해할 테니까.] 나는 말없이 화면을 캡처했다. 기회만 생기면 더는 좋게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때 공부도 잘하고 착하기까지 한 여동생이 개인 메시지로 캡처 화면 하나를 보내왔다. 엄마와 나눈 대화였다. [엄마, 오빠 생일 서프라이즈 파티는 다 준비하셨어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시는 오빠 안 속이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Chapters (1)

第1章

엄마가 실수로 나를 행복한 우리 가족이라는 단체 채팅방에 초대했다. 방에는 엄마, 아빠, 그리고 우리 보물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낯선 남자애까지 세 사람만 있었다. 셋은 신이 나서 그 애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작 내일은 두 분이 10 년째 잊고 지낸 내 생일인데. 엄마가 채팅방에 글을 남겼다. [장소는 동화 속처럼 꾸며 주세요. 진짜 왕자님이 된 기분을 느끼게요.] 아빠는 거액을 송금했다. [돈은 걱정하지 마. 형한테는 알리지 말고. 알면 심란해할 테니까.] 나는 말없이 화면을 캡처했다. 기회만 생기면 더는 좋게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때 공부도 잘하고 착하기까지 한 여동생이 개인 메시지로 캡처 화면 하나를 보내왔다. 엄마와 나눈 대화였다. [엄마, 오빠 생일 서프라이즈 파티는 다 준비하셨어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시는 오빠 안 속이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제1화 서유진이 보내온 화면을 보자 남아 있던 기대까지 식어 버렸다. '서프라이즈?' '날 속이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그래, 두 분은 내 생일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나를 대충 넘겼다. "지훈아, 엄마 회사에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어." "지훈아, 아빠는 친구랑 사업 얘기를 하기로 했어. 저녁은 알아서 시켜 먹어." 올해는 한술 더 떴다. 핑계도 없이 아예 아들을 바꿔 버렸다. 휴대전화를 옆으로 내던졌다.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서유진의 메시지가 또 떴다. [오빠, 괜한 생각 하지 마. 엄마 아빠는...] 나는 짧게 답했다. [알았어.] '괜한 생각?' '이걸 보고도 내가 괜한 의심을 한다고?' 눈앞에 증거가 다 있었다. 두 분이 나를 속여 가며 준비한다던 서프라이즈는 그 보물 같은 아들의 생일 파티였다. 친아들인 나는 다른 남자애의 행복을 돋보이게 할 들러리에 불과했다. 거실에서 엄마가 목소리를 낮춰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네, 파란 풍선으로요. 제일 크고 환한 걸로 해 주세요." "서우가 파란색을 제일 좋아하거든요. 꼭 마음에 들게 해 줘야 해요." '서우.' 그 남자애의 이름은 민서우였다.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SNS에서 그 이름을 검색했다. 곧 잘 꾸민 프로필 사진을 내건 남자애를 찾았다. 게시물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찍은 멋진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가장 최근 사진에는 중년 남녀와 함께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배경은 우리 집 거실이었다. 그 두 사람은 우리 엄마와 아빠였다. 사진 속 두 분은 더없이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엄마는 민서우의 어깨에 살갑게 팔을 두르고, 아빠는 곁에서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게는 한 번도 보여 준 적 없는 표정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아저씨, 아주머니, 감사해요. 내일 파티가 너무 기대돼요.] 엄마는 댓글까지 달았다. [얘도 참.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인사를 해.] 아빠는 좋아요를 눌렀다. 참으로 다정한 가족이었다. 사진을 저장하고 단체 채팅방 캡처와 함께 잠금 앨범에 넣었다. 내일은 이걸 두 분께 서프라이즈로 돌려줄 참이었다. 저녁 식사 때 엄마는 끓여 놓은 국을 살뜰하게 한 그릇 떠 주었다. "지훈아, 어서 먹어 봐. 엄마가 너 주려고 끓였어." 기름이 둥둥 뜬 국을 보자 목이 꽉 메고 속이 울렁거렸다. "민서우 생일 파티 분위기라도 띄우려고요?"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물었다. 엄마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굳었다. 엄마가 아빠를 힐끗 보자 아빠는 곧바로 얼굴을 굳혔다. "무슨 소리야? 민서우라니, 그게 누군데?" "그래요? 바쁘신 분이라 그런지 기억도 안 나시나 봐요." 휴대전화를 꺼내 그 사진을 열었다. "이 애가 두 분이 그렇게 아끼는 보물 아니에요?" 아빠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엄마가 얼른 분위기를 수습하려 들었다. "지훈아, 네가 오해한 거야. 엄마한테 중요한 고객의 아들이라 생일 준비를 좀 도와주는 것뿐이야." "고객의 아들이라고요?" 나는 코웃음을 쳤다. "얼마나 중요하면 단체 채팅방까지 만들어서 우리 보물이라고 저장하고, 큰돈까지 보내세요?" "친아들 생일은 신경도 안 써도 될 만큼 중요한 사람이에요?" 거실에는 순식간에 숨소리만 남았다. 서유진이 방에서 뛰어나와 내 팔을 붙들었다. "오빠, 이제 그만해!" 나는 그 손을 뿌리쳤다. "왜? 너도 네 부모님이랑 같이 날 속이려고?" 서유진이 창백해졌다. 입술만 달싹일 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다음 날, 내 생일.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탁자에는 지폐 한 장과 엄마가 쓴 쪽지가 놓여 있었다. [지훈아, 탁자에 돈 놓고 간다. 맛있는 거 사 먹어.] 제2화 10 년째 이런 식이었다. 남겨 둔 돈의 액수조차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지폐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 어젯밤 그렇게 다투고 난 뒤로 두 분은 더는 숨기려 하지 않았다. 방에서 통화하는 엄마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장소는 다 꾸며 놨어요. 정말 동화 속 세상 같아요!" 아빠도 베란다에서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었다. "그 1982년산 샤토 라피트 로칠드도 챙겨 와요. 오늘은 서우가 제대로 즐기게 해 줘야 하니까." 나는 제집에서도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혼자 겉돌았다. 서유진은 아침 일찍 나갔다. 나가기 전,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한 번 바라봤다. "오빠, 눈앞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날 믿어 줘." '널 믿으라고?' '너도 이 사기극에 한패로 끼어 있다는 걸 믿으라고?' 나는 코웃음만 치고 대꾸하지 않았다. 한낮에 운송 업체 차량 한 대가 건물 앞에 멈췄다. 운반 기사 두 사람이 요란한 파란 리본이 달린 거대한 선물 상자를 내려놓았다. 창가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두 분에게 나는 선물 하나만도 못한 존재였구나. 엄마는 종종걸음으로 내려가 물건을 받았다는 서명을 했다.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혹시라도 부딪힐까 봐 기사들에게 조심해서 옮기라고 거듭 당부했다. 낯익은 로고였다. 지난달 출시된 한정판 피아노로, 가격표에는 엄청난 액수가 적혀 있었다. 내가 10 년째 쓰는 피아노는 건반이 누렇게 변한 지 오래였고, 음도 틀어지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넌지시 얘기한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말은 같았다. "아직 쓸 수 있으면 그냥 써. 집에 돈 들어갈 데가 많아." 돈 들어갈 데가 많아서가 아니었다. 나는 그만한 돈을 쓸 가치가 없었던 거다. 남아 있던 마지막 기대마저 꺼졌다. 오후에는 검은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눈 밑의 초췌한 기색을 감추려고 공들여 화장도 했다. '초라한 꼴을 보여 줄 순 없지.' 가장 당당한 모습으로 두 분과 선을 긋고 싶었다. 파티 장소는 어젯밤 엄마가 통화할 때 이미 들었다. 도시에서 가장 좋은 연회장을 통째로 빌렸다고 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기사님은 감탄했다. "오늘 무슨 큰 행사라도 있어요? 저 앞 도로까지 막았던데. 부자가 아들 생일 파티를 연다더니 규모가 대단하네요." 나는 입꼬리만 조금 움직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대단한 규모였다. 내가 10 년 동안 삼킨 서러움을 밑에 깔아야 할 만큼. 연회장 입구에는 붉은 카펫이 길게 깔려 있었고, 양옆에는 파란 장미 꽃다발이 가득했다. 입구의 안내판에는 장식적인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 보물, 생일 축하해.] 맨 아래에는 [너를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라는 서명이 있었다. 그 문구가 견딜 수 없이 눈에 거슬렸다. 휴대전화를 꺼내 서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네가 말한 서프라이즈, 내가 직접 확인하러 왔어.]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구둣발을 한 걸음씩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연회장에서는 손님들이 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엄마 아빠는 사람들 한가운데서 환한 얼굴로 손님을 맞고 있었다. 곁에는 파란 정장을 입은 남자애가 서 있었다. 민서우였다. 모두의 시선과 축하를 한 몸에 받으며 한껏 으쓱해 있었다. 엄마는 직접 정교한 다이아몬드 왕관을 씌워 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우리 서우, 오늘은 누구보다 귀한 왕자님이네." 아빠는 벨벳 상자를 건넸다. 그 안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마음에 들어? 아빠가 너 주려고 특별히 주문한 거야." 민서우가 얌전히 웃었다. "아저씨, 아주머니, 감사해요. 저한테 너무 잘해 주시네요." 주변에서 부러움 섞인 탄성이 잇따랐다. "사장님, 아들처럼 아끼신다더니 친아들보다 더하시네요!" "그러게요. 저희는 이 정도로 해 줄 엄두도 못 내겠어요." "친아들도 아닌데 이렇게 챙기시면, 진짜 아들 생일에는 뭐든 다 해 주시겠네요." 엄마 아빠는 더없이 흐뭇하게 웃으며 연신 손을 내저었다. "당연히 해 줘야죠." 구석에 서 있는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휴대전화를 들어 그 모습을 선명하게 녹화했다. 정장을 매만진 뒤 샴페인 잔 하나를 들고 두 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주변의 소란이 멀어지는 듯했다. 내 눈에는 다정하게 모여 있는 그 세 사람만 보였다. 엄마가 잔을 들고 손님들에게 또렷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오늘 저희 가족의 보물 같은 아들 생일 파티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가족이요?" 제3화 나는 차갑게 되물었다. 엄마 아빠의 얼굴에서 웃음이 굳었다. 엄마가 먼저 한 걸음 다가와 내 손을 잡으려 했다. 나는 몸을 비켜 피했다. "지훈아, 네가 여긴 어떻게 왔어?" 엄마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리 와. 소개해 줄게. 여기는..." "민서우 씨잖아요. 두 분이 그렇게 아끼시는 보물. 맞죠?" 나는 엄마의 말을 끊고 왕자처럼 차려입은 남자애를 똑바로 봤다. 민서우도 더는 웃지 않았다. 어쩔 줄 몰라 나를 바라보는 눈에 잠깐 안타까움이 스쳤다. 그러더니 도움을 청하듯 엄마 아빠를 돌아봤다. "이분은 누구세요?" 손님 하나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아빠의 얼굴은 더없이 험악해져 있었다. 목소리를 낮춘 채 나를 꾸짖었다. "서지훈!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고 당장 돌아가!" "소란이요?" 나는 코웃음을 쳤다. "엄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으셨어요?" 나는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말했다. "오늘은 엄마 친아들인 제 생일이기도 해요." 장내가 술렁였다. 호기심 어린 시선이 엄마 아빠와 나 사이를 오갔다. "이쪽이 친아들이었어요? 그럼 지금 이건..." "쯧, 이게 무슨 일이래요? 친아들 생일은 내팽개치고 남의 아들 파티를 이렇게 크게 해 준다고요?" "사장님은 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요." 수군거림을 들은 엄마 아빠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엄마의 입술이 떨렸다. 당황해하던 아빠의 눈에는 어느새 불같은 노기가 서렸다. "그만해!" 아빠가 쾅, 탁자를 내리쳤다. "기어이 오늘 이 자리를 망쳐야겠어?" "자리를 망친다고요?" 휴대전화를 들어 방금 찍은 영상을 틀었다. "엄마, 대체 누가 망치고 있는데요? 제 서프라이즈를 준비한다면서 다른 애한테 왕관 씌워 주고 목걸이까지 선물한 게 누구예요?" 화면에는 엄마가 다정하게 민서우에게 왕관을 씌워 주는 모습이 선명하게 나왔다. "우리 서우, 오늘은 누구보다 귀한 왕자님이네." 휴대전화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그 말이 쥐 죽은 듯한 연회장에 울렸다. 엄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것도요." 나는 함께 찍은 사진으로 화면을 바꿨다. "중요한 고객의 아들이라면서요. 그런데 어떻게 두 분의 보물이 된 거예요?" 사진과 그 아래 댓글까지 모두가 똑똑히 볼 수 있도록 화면을 돌려 보였다. 손님들 표정이 볼만했다. 아빠는 분을 못 이겨 온몸을 떨었다.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서지훈, 너... 너..." "제가 뭐요?" 눈시울이 뜨거워졌지만 아빠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그냥 직접 묻고 싶었어요. 저처럼 오래 키운 아들보다 새 아들을 키우는 게 훨씬 좋으세요?" "제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렇게 함부로 대하고 버리시는 건데요?" 점점 커진 목소리에 10 년 치 서러움과 억울함이 실려 연회장을 울렸다. 창백해진 민서우가 엄마의 소매를 살짝 당기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주머니, 이건..." 엄마는 그 손을 뿌리쳤다. 나를 바라보는 눈에는 후회가 가득했다. "지훈아, 그런 거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라고!" "그럼 뭔데요?" 나는 다그쳤다. "말씀해 보세요!" 그때 연회장 문이 열렸다. 서유진이 뛰어 들어왔다. 팽팽하게 대치한 모습을 보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곧장 내 앞으로 달려와 팔을 꽉 붙잡았다.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었다. "오빠, 내 말 좀 들어 봐!" "그만해! 이제 너희가 무슨 말을 해도 듣기 싫어!" 나는 힘을 줘서 그 손을 떼어 내려고 했다. 오늘의 목적은 이미 이뤘다. 이제 모두가 알게 하고 싶었다. 모범 부모로 통하던 두 분의 진짜 모습을. '두 분이 공들여 만든 완벽한 가족의 가면을, 오늘 다 깨 버릴 거야!' 단체 채팅방 캡처를 대형 스크린에 띄우려고 휴대전화를 높이 들었다. "엄마, 아빠. 이 연극도 이제 끝내야죠!" 화면 공유 버튼을 누르려던 바로 그때였다. 서유진이 휴대전화를 낚아채 품 안에 꼭 끌어안았다. "오빠, 제발! 5 분만 기다려 줘. 딱 5 분만!" 동생의 눈은 새빨갰고, 목소리에는 애원이 배어 있었다.